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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Book

세계사 책을 읽는 순서

오뉴 2013. 6. 23. 17:51
http://m.blog.naver.com/hong8706/40191617141

요즘 제가 역사관련 책을 많이 소개하는데.. 어떤 순서로 책을 읽는게 좋으냐는 질문을 많아.. 오늘은 제가 추천하는 '순서'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역사책을 읽다가 "왜 동양이 서양에 뒤쳐지게 되었나?" 혹은 "왜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게 되었나?" 등의 고민을 가진 분들에게 추천하는 순서입니다.

간단하게 말해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님의 책들('총,균,쇠','문명의 붕괴')을 먼저 읽은 후, 그 다음 순서로 '왜 유럽인가?'와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 등 서양의 패권이 역사적 필연이라기보다는 몇 가지 행운의 결과라는 이른바 '단기우연이론'의 옹호자들 책을 읽는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권의 종합서("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를 읽는 것을 권합니다.

왜 이런 순서를 권하는지는 아래의 설명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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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총,균,쇠' - 그냥 제일 먼저 읽으세요

제일 먼저 읽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글을 정말 잘 쓰십니다. 그리고 원주민 친구 알리에게 설명하듯 쓴 책이라.. 한국 사람입장에서 감정이입이 안될 수 없습니다. 물론 다이아몬드 교수님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장기고착 이론'에 가깝습니다. 고착이론이란 서양이 동양을 이기게 예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언 모리스 교수님의 설명을 잠깐 인용해 보겠습니다.

장기고착 이론의 뒤에 놓인 공통적인 관념은 태곳적부터 어떤 결정적 요인이 동양과 서양 사이에 대단히 크고 변경 불가능한 차이를 만들어 내 산업혁명이 서양에서 일어나도록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정확히 어떤 요인이었는지 그리고 그 요인이 언제 작용하기 시작했는지를 두고 의견(아주 극단적으로)을 달리한다.
물론 '총,균,쇠'도 장기고착이론에 속합니다. 그런데.. 단순한 장기고착이론이 아닙니다. 매우 설득력이 있죠. 지리적 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분명하나, 그 이유를 매우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이언 모리스 교수님의 '총균쇠'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습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고전이 된 저작, '총,균,쇠'에서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오른쪽 <사진>의 책). 책의 핵심 목표는 중국부터 지중해 지역까지 이어지는 위도상에 위치한 고대 사회들이 왜 최초의 문명을 잉태했는지 설명하는 것이지만, 다이아몬드는 중국 대신 유럽이 근대 세계를 지배하게 된 원인을 지리적 요인에서 찾는다.

그는 유럽의 소왕국들이 정복자에 맞서는 것을 용이하게 해주고 정치적 분열에 유리하게 작용한 반면, 중국의 둥근 해안선은 군소 제후들에 맞선 중앙집권적 통치자에게 더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 결과 달성된 정치적 통합은 15세기 중국의 황제들이 정화의 경우와 같은 원정을 금지하게 만들었다.

반대로 분열된 유럽에서는 군주들이 콜럼버스의 정신 나간 제안을 몇번이고 거절했지만 그는 매번 제안을 들어줄 다른 누군가를 찾을 수 있었다. 정화에게 콜럼버스처럼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면 멕시코를 중국이 정복했을지도 모른다.

2. '문명의 붕괴' - 책이 두껍지만, 한번 도전해보세요

이 책을 두 번째로 권하는 이유는 바로 '생태적 한계'에 대해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님은 정말 석학 중의 석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님은 5가지 문명의 붕괴 요인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 요인은 환경에 무모하게 가하는 피해 - 이스터 섬의 사례를 읽어보면 정말 섬뜩하죠. 이 밖에 태평양의 수 많은 섬이 겪은 환경재앙 등을 통해 환경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 이상으로 인구가 증가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잘 보여줍니다. 즉, 맬서스 트랩에 빠져드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묘사합니다. 사실 저는 조선 후기. 특히 삼정의 문란이 극에 달했던 19세기 상황이 '맬서스 트랩'에 빠져든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암튼.. 생태적인 한계가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인식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두 번째 요인은 기후변화입니다. 이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당장 17~18세기 사이의 짧은 빙하기에 얼마나 많은 왕조가 무너졌는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강력 추천하는 책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에 이런 부분이 잘 나옵니다(오른족 <사진>의 책인데, 절판되어 중고로 구입하셔야 합니다). 17세기 전 세계를 덮쳤던 소 빙하기에 조선도 어마어마한 기근, 즉 "경신대기근"을 겪었습니다. 전체 인구의 1/10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참혹한 가뭄이 조선을 덮쳤던 것입니다. 당시 조선에서는 '예송논쟁"이 한창이었습니다.

예송논쟁이란, 왕의 어머니가 상복을 몇년 입어야 하느냐를 둘러싸고 수십년에 걸쳐 벌어졌던 치열한 논쟁을 의미합니다. 백성이 다 굶어 죽어가는 데 무슨 상복 논쟁이냐구요? 예. 당시 송시열을 비롯한 조선의 유학자들은 대재앙의 원인을 '왕의 부덕함'에서 찾았던 것입니다. 즉 조상에게 예를 다하지 않았기에 이런 심각한 기근이 조선을 덮쳤다고 보았던 것이죠. 조선왕조는 이때 망했어야 했는데, 성리학의 성공 덕에 '동학농민전쟁'까지 2백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ㅠ.ㅠ

세 번째 요인은 적대적 이웃. 이건 너무 당연하죠. 한국이 임진왜란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 뭐 말할 필요가 없죠. 세종대왕 시절 세금 수취가 가능한 토지량에 비해 전쟁이후 감소 폭이 너무 컸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가기구가 돌아가지 않죠. 아래 인용문을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링크).

고려말인 1389년에 조선왕조의 건국 주도세력들이 토지제도 개혁을 위해 양전을 실시하여 78만 여 결의 토지를 파악했으며, 이후 계속적인 양전사업을 통해 총 171만 여 결의 토지를 파악했다. 조선 전기까지는 대체로 규정에 따라 양전을 실시했다. 그러나 7년간에 걸친 왜란으로 말미암아 전결(田結)은 황폐해지고 토지대장은 흩어졌으며 대부분의 토지는 개간되지 않은 채 버려져 있었다. 이전의 150만 여 결에서 170만 여 결에 이르던 8도(八道)의 전결이 전쟁 후에는 시기전결(時起田結)이 30만 여 결에 불과했다.
네 번째 요인은 우호적인 이웃의 지원 중단 혹은 감소. 청나라가 조선을 침공한 이유가 이것이죠. 뭐.. 광해군처럼 청나라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호정책을 취했으면 병자호란이 안 났을 것이라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건 우리 입장에서 본 것이구요. 기본적으로 명나라와의 교역이 중단되며 당시 청나라는 엄청난 기근을 겪고 있었습니다. 즉 보급확충을 위해 조선을 털었던 전쟁이 바로 '병자호란'이죠(세 번째 요인도 결부되어 있는.. 어찌보면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넘 슬픈 역사라 통과합니다).

마지막 요인은 사회 문제에 대한 주민의 반응. 뭐 광신적인 종교 운동이 발생한다거나, 조선처럼 성리학에 사로잡혀 명 나라가 망한다음에도 '모화사상' 가지고 살아가는 것. 이런 것들이 모두 문명을 망하게 만든 요인이죠. 이상의 간단한 소개에서 보듯.. '총,균,쇠'읽은 후 '문명의 붕괴'를 읽는 것은 꽤 흥미로운 지적 경험이 될 것입니다.


3. '왜 유럽인가?' - 책도 얇고, 재미있습니다!!

'문명의 붕괴'가 넘 힘겹다 생각드시는 분은 이 책('왜 유럽인가?')으로 바로 넘어오셔도 좋습니다. 이 책은 유럽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여러 조건(및 구조)을 가지고 있었다는 장기고착 이론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듭니다.


이 책의 앞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합니다. 왜 콜럼부스가 그토록 위험한 항해를 하려고 스페인 이자벨라 여왕에게 간청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책 30페이지 부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은 유럽인들에게 아시아와의 우회무역을 가능케 해주었다.

신세계와의 만남 이전에 유럽인에게는 글로벌 통상을 위해 내놓을 만한 가치 있는 것이 매우 적었다. 비록 아프리카의 황금과 상아, 유럽의 모피 등이 귀중하게 여겨지긴 했지만, 유럽인은 그들이 원하는 값비싼 향신료, 비단 그리고 도자기 등을 구입하기 위해 판매할 자신의 물건을 별로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러나 콜럼버스 때문에 그들은 큰 행운을 가지게 되었다.
시작부터 흥미롭습니다.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두 명의 영웅. 바스코 다 가마, 콜럼부스 등은 왜 그토록 위험한 항해에 나섰을까요? 그 이유는 동방의 물건을 서양이 생산할 능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책 31페이지 부분).

아메리카에는 거대한 광산이 있었고, 유럽인들은 아시아와의 통상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황금과 은을 얻었다. (중략) 원주민 인구를 급속도록 감소시킨 정복, 노예제, 질병을 확산을 통해, 유럽인들은 아메리카의 부를 송두리채 수중에 넣게 되었다.

왜 유럽인들은 이런 어려운 일을 했을까? 그 대답은 아시아가 실제로 거의 모든 면에서 부유햇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도와 중국의 토지는 더욱 비옥하고 생산성이 높았으며, 그들의 생산기술이 훨씬 더 우월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종이, 화약, 선미재(대양 항해가 가능한 선박), 대삼각범(삼각 돛으로 역풍에서도 항해할 수 있는 장비), 주철로 된 장비, 양질의 도자기를 포함한 수많은 제품을 제작한 지역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동양은 비단과 도자기 차 그리고 다양한 면직물 등 '대포' 한 품목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면에서 서양에 대해 우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양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장기적인 그리고 구조적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죠.

특히 이 책은 '장기고착이론'의 원조(!)에 해당하는 맑스의 주장. 즉 아시아적 생산양식 이론에 대해서도 비판을 합니다. 일단 맑스의 아시아적 생산양식 이론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죠. 이안 모리스 교수님의 설명입니다.

맑스는 정치가 서양의 지배를 고착시킨 진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수천 년 동안 동양의 국가들은 너무 중앙집권적이고 강력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역사의 흐름이 멈춰버렸다는 것이다. 유럽은 고대로부터 봉건제를 거쳐, 자본주의로 진보했으며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도래하려는 참이지만 동양은 전제정치의 호박(琥珀) 속에 갇혀 진보적인 서양의 궤도를 공유할 수 없었다.
옙. 즉 거대한 수로와 대운하의 건설(오른 쪽 <지도>에 표시된 중국의 대운하 등)을 위해서는 중앙집권적인 권력 관계가 형성될 수 밖에 없어, 결국 혁명 말고는 동양을 고대의 잠에서 흔들어 깨울 수 없다고 주장했죠.

그렇지만, 오랫동안 발전이 지연된 사회로만 비춰졌던 동아시아 각국이 굉장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또 그 기술의 발전이 꾸준히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연구와 증거가 제시되면서 맑스의 주장은 그 기반부터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이 책은 아시아의 '몬순' 즉 계절적인 비구름의 이동 현상이 대규모 '관개시설'을 필요로 했다는 것은 분명 동의합니다(책 36페이지 부분).

몬순 농업에 좋은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종종 강우가 약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주기적인 효과를 엘니뇨-남방진동(ENSO)이라고 부르는 데, 서태평양과 인도양에 몬순 강우를 유발하는 따뜻한 해역(海域)이 동태평양으로 밀려가게 되면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해류의 변화는 대기 흐름에 영향을 미쳐, 동남아의 몬순을 매우 약화시켜 심각한 가뭄을 초래한다. (중략) 아시아의 농업 생산성과 부는 가뭄 혹은 홍수의 우연적인 시기에 의해 항상 중단되었고 극도의 가난과 불행이 이들을 덮쳤다.
아무튼 이럼 끔찍한, 그리고 주기적인 대기근을 발생시키는 엘니뇨-남방진동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아시아 전역에는 엄청난 규모의 수로(水路)가 건설되었습니다. 그러나 맑스가 주장한 것처럼, 정부가 농민을 노예처럼 부려 이런 관개 수로를 건설한게 아니라는 것이 최근 실증분석을 통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를 통해, 이런 편견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고 있습니다(책 37페이지 부분).

(몬순의 불안정성에 대응해) 아시아 농업 사회는 수로를 바꿔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해 운하, 수로, 제방의 정교한 네크워크를 발전시켰다. 한 때 이러한 수로 통제 프로젝트는 가혹하고 전제적인 국가에서만 건설될 수 있다고 믿어왔지만, 이제 우리는 이란에서 발리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비옥한 토지를 만들었던 (중략)

농업관개 프로젝트가 지방 엘리트와 그들의 공동체에 의해 시행되고 유지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략) 정부가 관여한 경우에 정부는 중국의 대운하 같이 통상과 교통을 증진시키기 위한 수로 프로젝트를 일으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맑스 등 서구의 학자들은 중국 운남성의 계단식 논이나 양쯔강 하류의 거미줄 같은 수로망이 '전제적인 군주'에 의해 조직적으로 만들었을 것으로 착각했지만.. 사실 이는 각 지역 공동체의 협력 작업의 결과였죠. 그리고 이런 공동체의 협력작업은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매개체였구요. 특히 맑스는 동양을 한번도 방문한 적 없이.. 그냥 책상에 앉아서 글 쓴 것 분이었죠.

암튼 이 책은 '장기고착 이론'에 대해 매우 강력한 돌직구를 날리는데.. 그래서 19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은 어떻게 발생했냐? 이 부분에서는 조금 제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음 책이 필요해지죠.


4.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 - 드디어 등장한 포메란즈 교수님의 책!

포메란즈 교수님의 책,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은 앞에 소개한 책('왜 유럽인가?')의 한계를 속 시원하게 풀어버립니다. 간단하게 말하죠. 대서양 무역. 아니 정확하게는 약탈이 없었다면 유럽이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즉 동양이 우세했던 과거의 사실을 앞의 책('왜 유럽인가?')에서 강조했다면, 포메란즈 교수님은 이러한 신세계에 대한 약탈이 서양에 얼마나 큰 이점을 주었는지 생각해보라고 주장합니다.

즉, 라틴아메리카의 어마어마한 삼림(특히 아래 '사진'에 표시된 대서양림) 대부분은 상품 작물, 특히 설탕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사용되었죠. 유럽이 생태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신세계에서의 약탈 때문이었고.. 이 덕에 인구가 증가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더 나아가 창의적인 인물이 개발한 상품이 '시장성'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을 주목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더 나아가 신세계로부터의 약탈조차 서양의 인구를 부양할 수 없을 때, 다시 말해 앞에 소개한 책('문명의 붕괴')에서의 5가지 조건 중에 최소 2가지가 유럽을 덮쳤을 때. 즉 생태적 위기와 소빙하기의 충격이 유럽을 엄습했을 때 석탄자원의 개발에 필요한 '자본'을 교역을 통해 조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게 포메란즈 교수님의 주장입니다. 포메란즈 교수님은 '단기우연이론'의 창시자라 하겠습니다.

태평양을 횡단해야만 신세계에 도달할 수 있는 동양과 달리 서양은 대서양이라는 상대적으로 제거하기 쉬운 자연 장벽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멕시코 만류 덕분에 1년에 거의 2번 정도 정기적인 교역이 가능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즉, 지리적 이점이 격차의 확대 요인이라는 것이 분명하나. 유럽의 생태적 위기에 때맞춰 등장한 행운이 이를 강화시킨 측면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게 포메란츠 교수의 주장인 것이죠.

추가적인 설명은 제가 올린 "Great Divergence"에 대한 8편의 번역 글을 참고하심 좋을 듯 합니다.

"Great Divergence 1 - 서양중심의 세계사를 버려라"
Great Divergence 2 - 유럽의 내재적 발전론이 가지는 문제점들
Great Divergence 3 - 영국이 아닌, 유럽 산업혁명론의 문제점들
Great Divergence 4 - 신대륙이 없었더라도 유럽의 산업혁명이 가능했을까?
Great Divergence 5 - 제도가 갖춰지면 자본주의는 따라온다?
Great Divergence 6 - 제도학파의 주장, 역사적 증거에 부합하지 않아
Great Divergence 7 - 유럽이 다른 지역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Great Divergence 8 - 아담 스미스의 '핀공장', 사실은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File:Atlantic_Forest_WWF.jpg
그림 설명: 노란 색 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원래 존재했던 대서양림인데, 지금 8% 정도만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음.




5.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 종합이론의 출현!!


이번에 새로 발간된 이안 모리스 교수님의 책.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Why West rules for now?)'는 이상과 같은 양대 이론(장기고착이론 vs. 단기우연이론)을 종합하려고 시도합닏. 아마도 제가 '원서'를 읽을 때의 느낌으로 보면 에너지 원의 중요성에 특히 주목하는 듯 한데, 이 부분은 아직 다 읽지는 못한 관계로 요정도만 소개하겟습니다.

제가 볼 때,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매우 객관적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장기고착 이론'을 너무 강하게 주창해.. 꽤 악명 높은 데이비드 랜즈의 책('국가의 부와 빈곤')을 꽤 객관적으로 소개합니다. 데이비드 랜즈 교수님은 '결정론적'인 서양 필승론을 주장하는 것으로 매우 유명하죠. 저 역시도 이 분 책을 읽고 잠시 동안 멘붕한 적 있습니다. ㅎ

사실이 길었네요. 이안 모리스 교수님의 소개를 인용해보겠습니다(책 34 페이지 부분).

데이비드 랜즈는 그의 뛰어난 저서 '국가의 부와 빈곤'에서 질병과 인구 덕분에 언제나 유럽이 중국보다 결정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었다는 생각을 다시금 꺼내들었다(오른쪽 <사진>의 책). 즉, 중국의 조밀한 인구는 중앙집권적인 정부가 들어서기에 유리했고, 명 나라의 통치자. 즉 황제가 정화의 대원정을 이용할만한 유인을 감소시켰다고 주장하며, 오래된 이야기를 조금 비튼다.

다시 말해 경쟁상대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국 황제는 자신이 더 큰 부를 쌓는 것보다는 상인과 같은 탐탁지 않은 집단이 무역을 통해 부유해질 가능성을 걱정했다. 그리고 국가가 매우 강력했기 때문에 이런 우려할만한 관행을 근절할 수 있었다. 중국은 1430년대에 원양 항해를 금지했고(海禁), 1470년대에 정화의 기록도 파기해 위대한 탐험의 시대도 종말을 고했다는 것이다.
완전히 부인하기 어려운게 사실이죠. 한국 역사를 돌이켜봐도.. 고려시대 벽란도가 그렇게 많은 이슬람 상인이 살았고, 고려시대의 시를 보면 회회아비. 즉 이슬람 상인이 아가씨를 *시는 이야기가 자나오기까지 합니다. ㅎ 결국 중국 명나라가 해금정책을 강력 실시함에따라, 동아시아의 역사가 바뀐 측면이 존재합니다(멀고먼 조선까지 올 이유가 사라졌죠).

특히 17세기 필리핀 마닐라에 모여 있던 중국 상인들이 스페인 군대에 의해 학살을 당했을 때에도 중국 정부 차원에서는 이들을 사실상 '버린 자식' 취급하면서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었죠. 해금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사람들은 끊임없이 해외로 나갔고, 이들이 바로 화교(華僑)입니다. 암튼, 매우 균형잡힌 소개에 일단 감동했지만.. 이 책을 5번 순서로 놓은 이유는 사전적인 지식이 없으면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음은 이 글의 마지막 순서입니다.


6. "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 - 두 이론에 대한 매우 객관적인 비판이 듣고 싶다면?

이 책은 꽤 학술적입니다. 즉, 앞의 5권의 책을 읽고 읽으면 매우 좋다는 뜻입니다. 대신, 상당히 중립적이면서도 객관적이라.. 앞으로 어떤 부분의 연구가 필요한가에 대해 절감할 수 있어서.. 저는 거의 세 번 정도 읽은 책입니다.

일단 이 책은 이론적인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조금 길긴 하지만 '맬서스 함정'이 무엇인지부터 소개해 보겠습니다(책의 24~32페이지 부분).

1800년경 사람들이나 기원전 10만 년 전의 고대 인류나 사는 형편에 큰 차이가 없었다. 사실 세계 전체를 놓고 볼 때 1800년경 사람들 대다수가 고대 인류보다 더 가난하게 살았다. (중략) 생활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기타 여러 가지 기준을 살펴 보아도 고대인에 비해 확실하게 나아진 구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평균 수명을 살펴보면,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살았던 석기시대인의 평균 수명이 30세였던 데 비해 1800년경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35세로 그다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또 신장은 영양 상태나 어린이의 질병 노출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그런데 석기시대인이 1800년경 사람들에 비해 신장이 더 컸다.

(중략)

기술적 진보의 속도가 (맬서스 트랩)의 핵심이다. 기술적 진보가 누적되어 결과적으로 이것이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더라도 진보의 속도가 너무 더디면 물질생활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 맬서스 경제의 범위 내에 있는 기술적 진보는 인구 증가라는 복병의 방해를 받게 된다. (중략) 이 모형은 1800년 이전의 세계 경제를 모든 동물 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연 경제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본다. 이 수준에서는 인간과 동물 세계를 구분할 수 있는 뚜렷한 요인이 없다.
첫 대목부터 대단하죠? 19세기 초반의 사람이나 10만 년 크로마뇽인이 처음 출현할 때나 인류의 생활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 이거 읽으면서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ㅋ 특히 석기시대 사람이 19세기 초반 사람들보다 키가 더 크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더 나아가 기술적 진보는 오히려 '저주'라는 표현도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동양의 '제왕학'이 바로 이걸 직시한 것이죠. 간단하게 말해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 빨리 전쟁을 일으키라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1인당 소득 수준의 저하에 따른 민심의 이반으로 왕조가 무너진다는 거죠. 즉 세종대왕 같은 성군의 출현은 오히려 왕조의 몰락을 가져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기술혁신이 발생해봐야, 이에 따른 생산성의 향상 속도보다 인구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죠.

이 책("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은 '장기고착이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합니다. 왜냐하면, 실증 연구결과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더글러스 노스가 주장(The Rise of the Western World)한 효율적 제도 가설에 대한 비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효율적인 제도를 갖춘 나라, 예를 들어 특허권 등을 잘 갖춘 나라가 결국 산업혁명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은 현실과 거의 상관 없다는 겁니다(책의 314~315페이지).

제도를 외생적 변화 요인으로 보는 입장은 이렇다. 누가 무엇을 소유하는지, 소유권을 어떻게 결정하는 지를 규율하는 일련의 경제 제도는 쉽게 변화가 가능하다. 사회의 잠재적 산출량을 극대화하는 효율적 제도를 갖는 것은 비효율적인 제도를 갖는 것에 비해 비용이 더 많이 들지 않는다. 제도가 잠재적 산출량을 극대화시키는 데 방해가 된다면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압력이 생긴다. (중략)

따라서 산출량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도는 개혁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제도는 장기적인 경제발전을 설명하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중략) 인류 역사는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폐지되거나 개선된 제도의 예로 가득 차 있다.
약간 용어가 어렵긴 하지만.. 뜻은 분명합니다. 산출량의 증가를 가져오지 못하는 제도를 끌고가면, 이건 수 많은 농민반란 등으로 인해 무너지고 만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게 원나라죠. 인간을 가축처럼 생각하고 착취하는 시스템을 백 년이상 유지하지 못했죠. 왜냐하면 생산성이 급감하는 데다, 생활수준의 급격한 저하 영향으로 착취의 강도가 더욱 심해져.. 결국 '죽으나 사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가진 악에 받친 사람들의 봉기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더나아가 특허권 등이 혁신을 창출했다는 증거도 전혀 없다고 이 책("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은 논박합니다. 그럼 '단기우연이론'이 맞냐? 그것도 아니라는 게 이 책의 지적입니다. ㅎ 이 책의 저자 클라크 교수님중국과 일본 등의 극동 아시아 경제가 지닌 두 가지의 '약점'도 지적합니다.

첫 번째는 1300~1750년까지 영국인구는 거의 정체되어 있었던 반면, 일본의 인구는 일곱 배 그리고 중국인구가 세 배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급격한 인구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맬서스의 트랩'이 동양에서 느슨했던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훗카이도나 혹은 서남부 중국 등 신개척지의 존재 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느슨한 '맬서스의 트랩'은 혁신에 대한 압력을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무척 새롭죠?

동양이 가던 두 번째 약점은 바로 일본과 중국의 경우 소득과 출산율 간의 상관이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국은 소득이 높은 가계가 더 많은 아이를 출산함으로써, 사회전반의 식자율을 높여 혁신의 씨앗을 배양하는 데 성공한 반면.. 일본이나 중국은 졌고소득 층의 출산율이 사회 평균 수준보다 높지 않아 전반적인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결과 사회 경제 전체의 식자율이 영국에 비해 뒤졌으며, 또한 사회의 발전 속도 역시 영국에 비해 완만한 모습이 지속되었다는 게 이 책의 결론입니다.

이상의 요약에서 보는 것처럼, 이 책은 절대 만만한 책이 아닙니다. 그러나 충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왜 인간은 1만 3천 년 전의 신석기 혁명이후 오랫동안 생활수준의 정체를 경험했고, 또 18세기 말에 비약적인 성장의 길로 접어들었는지..더 나아가 사회경제적인 변화의 압박을 가져오는 요인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상으로 6권의 책 소개를 마쳐 무척 기쁩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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